게임과 망 사용료 논란, 다시 불붙다

지난 1월, 게임과 망 사용료 문제를 다룬 칼럼에서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반년이 지난 현재,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지난 8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 간 망 사용료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예상된 흐름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망 사용료와 관련된 질의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당시 후보자는 “국내 플랫폼이 역차별을 받는지 살펴보겠다”, “비대칭적인 차별 문제를 점검하겠다”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국내 통신사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정부 기관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질의를 했을 때, 방통위는 “콘텐츠 제공자 및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산업부와 문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더욱이 당시 청문회에서 후보자는 “통신사들의 과도한 망 이용료 문제는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처 및 기관들의 반대 입장
망 사용료 법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곳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체부는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며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문체부 관계자는 “국내 CP가 해외 진출 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며, CP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진흥원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콘텐츠진흥원은 “현재까지 망 사용료를 의무화한 사례가 없으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망 사용료 부과로 인해 콘텐츠 서비스 비용 증가, 소비자 부담 전가, 국내 콘텐츠 기업 및 창작자 대상 투자 감소, 산업 전반의 위축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해외 CP가 국내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국내 CP 역시 해외 시장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선례가 될 수 있어 국제적인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규범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규범을 위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해당 개정안이 “반시장적”이고 FTA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업계의 우려
망 사용료 문제는 게임 업계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필자가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질의한 결과, 협회는 “통신망 비용 증가로 인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으며, 글로벌 CP 대응을 위한 법안이 국내 CP 및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망 사용료 법안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소수의 ISP를 보호하려는 편향된 애국 마케팅이 국내 CP의 몰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법안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ISP의 강경 대응
부처, 기관, 게임 업계, 정치권까지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한 가운데, ISP들은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유튜버들이 20~30대 남성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사례에서 보듯, 통신업계가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들도 이 문제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법안이 시행될 경우, 게임 이용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법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과정에서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